성숙한 ......
■ 브랜드
살아 가는 일이 쉬운 듯도 하지만, 고비고비 넘어야 할 힘든 고개를 넘어야만 할 때도 많다. 그래서인지 인생살이 만만치 않다고 들 한다. 몸이나 마음이 상해서 힘들 때도 그렇고, 섣부른 욕심에 마음이 사로잡힐 때도 그렇다. 병들거나 다쳐서 아픔에 못 이겨 고비로 여길 때도 있지만 좋아 하던 이로부터 멀어져 갈 때 넘는 삶의 고개 길도 숨차게 느껴진다. 부와 명예 또는 이성을 두고 욕심을 채우지 못해서 안달복달 할 때도 숨가쁘게 느끼기는 매 한가지인 듯 하다. 잘 살기 위한 제 각각의 방침에 따라 열심히 살아 가는 모습 들……, 뒤 돌아 보며 생각하면 인생살이도 “경영(經營)”과 맥이 상통한다고 느껴 진다.
경영이란 무엇을 말 하는가? 방침 따위를 정하고 일을 꾸려 나가는 것을 뜻하지만, “경영”하면 “이익이 나도록 사업이나 회사를 운영한다”는 말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즉, 집안, 기업 또는 나라일을 잘 되도록 운영하는 각각의 일 들을 경영이라고 하면 좋을 듯 하다.
경영을 함에 있어 최대한의 이익이 나도록 운영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인 “마케팅”은 빼 놓을 수 없는 활동 영역이다. 상품이나 용역이 소비자에게 이르는 과정의 모든 활동이 마케팅이다. 판매를 촉진하고 상품이나 용역의 원활한 교환을 기하고자 하는 활동을 총칭한 말이다.
마케팅의 기능은 상품이나 용역을 광고와 판매촉진, 마케팅 리서치 등을 통해서 판매량을 극대화하는 활동이기도 하지만, 고객과 관련된 모든 활동까지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마케팅 활동 중에는 “브랜드”라고 하는 항목이 한 편을 자리하고 있다.
브랜드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상품의 모델 명칭을 브랜드라 한다. 좋은 브랜드 네임이 마케팅의 7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므로 기억하기 쉽고 해당 상품영역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 줄 수 있는 이름이 좋다. 성공적인 브랜드 관리전략이란,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고, 차별성과 함께 공감대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브랜드는 소비자의 “고정관념”을 구축할 수 있다.
“남남북녀”, “셋째딸”, “경상도 남자”처럼, 척 들으면 주는 고정관념이 있다. “삼성”, “소니”, “벤츠” 하면 브랜드 명칭만 봐도 척하고 품질 까지 인식하는 것이 고정관념이다. 브랜드란 소비자로부터 이러한 고정관념을 사는 “마케팅”의 한 부류라고 한다.
상품에 대한 믿음이 브랜드 자산이다. 편리하고, 다양하며, 차별화 된 주제선정이 전제 되야 하며, 이 브랜드를 “관리”한다 함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 관리하는 방법을 브랜드 관리라고 하며, 이는 마케팅이나, 경영활동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한 부문이다. 브랜드는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봐야 하며, 핵심을 바로 찔러야 하고, 새로운 만남을 제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경영학에서는 가르치고 있다.
이번에는, 좀 색다른 의미로서의 브랜드를 말하고 싶다.
부모님이 나에게 정해 주신 브랜드 명, 이름 “석자”가 있다. “나”라고 하는 이익집단의 한 개체로서 스스로의 인생을 경영하여 나아 가는 경우이다. 그 이름, 브랜드의 작명부터 설정, 관리가 원만하게 잘 되어 인생의 마케팅이나 경영 목적에 부합되도록 잘 꾸려 나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봄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이름이라는 브랜드 보다 사회생활에 더욱 가치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듯한 보조 브랜드가 우리 사회에는 많다. 출신의 학력 학교 지역이나, 장관 의원 박사 회장 등과 같이 조직에서의 지위며 감투 등을 통한 명칭들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마다의 브랜드 가치를 따진다면 “외재적”인 부문과 “내재적”인 부문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가정, 직장, 사회에서 경력과 업적을 통해 알려진 내 이름 석자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를 “외재적 가치”라고 부른다면, 스스로의 자신감 성취감 만족감 따위를 브랜드의 “내재적 가치”라고 볼 수 있다.
나의 어머님은 올해로 90이 되셨다. 학식이며 외모도 그렇거니와 살아오며 일구어 놓은 업적으로 남긴 것이라곤, 다섯 남매 힘들여 키운 것 말고는 내세울 것 별로 없으신 볼 품 없는 어른이시다. 이런 표현은 “외재적” 브랜드 가치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스스로의 건강을 보살피고 삶에의 진지함, 사리가 밝아 옳고 그름에 대한 자기기준만큼은 어느 젊은이에 지지 않을 만큼 분명하신 분이다. 성장과정과 그 후 삶의 여정에서 취득한 자신의 가치관이 확고하다는 의미이며, 남은 잘 알아주지 않는 “나”라는 브랜드를 사랑하고 중하게 여긴다는 의미라고 여겨 진다. 자신 스스로가 평가하는 “내재적” 브랜드 가치를 누구보다 크고 중하게 여긴다(평가한다)는 생각이다.
그와 비슷한 의미로 우리 모교인 한양공업고등학교라는 브랜드를 두고 생각해 보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아 들고 나서, 이력서의 학력 난에는 학교이름 한 줄을 채우며 직장생활을 하여 왔다. “나”라고 하는 개체의 브랜드를 보조하는 성격의 보조브랜드로서 좋던 싫던 간에 우리사회가 한 개인을 평가하는 보조항목으로서 써 먹은 셈이다.
고교 3년간을 썼던 검정모자는 졸업과 함께 벗어 버렸지만, 그 교모에 달린 삼각 모표처럼, “한양공업고등학교” 출신이라는 “보조브랜드”는 졸업 후에도 항상 나를 따라 다녔다. 일류학교라는 자긍심이 부족했고, 때로는 그 보조브랜드 내세우기를 주저 할 때마저 없지는 아니했지만, 성숙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양분을 넣어 주고,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시기와 장소였었다고 여겨진다. 짜릿한 맛은 없지만 물이나 공기, 또는 밥상의 흰 밥알은 “나”를 지탱하려면 물리적으로 뺄 수 없는 것들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모교를 짜릿할 만큼 자랑스런 브랜드라 여기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이 들어 갈수록, 건실한 마음과 정신을 키워 준 곳이었고, 고마운 곳 이었음을 알게 된다. …… (중략)
기업이나 국가의 경영에서처럼 그 브랜드 가치를 매출이나 수익성, 국가의 경쟁력으로 환산하여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잘난 동문이던, 그 보다는 좀 못한 동문이던 간에 세상의 문을 폭 넓게 열어 주고, 자신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어 스스로를 일깨워 주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곳임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물론 그 보조브랜드 명을 이용해서 한 몫 챙기지 못했다거나, 출세하는데 오히려 발목이나 잡혔었다고 불만스레 여기는 이도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 인간 본연의 삶이나 가치만을 따진다면 그 어느 다른 브랜드만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싶다. 우리 어머님께서 자신의 가치를 결코 홀대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주변에는 값지고 빛나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 가운데 나에게는 모교라고 하는 보조 브랜드 한 가지가 자리하고 있다. 나는 “한양공업고등학교”라는 나의 보조브랜드를 사랑하여 왔고, 항상 자랑스레 여겨 왔다. ……, 모교를 회상하며, 경영학에서 말하는 브랜드 가치를 재음미 하여 본다.
“상품에 대한 믿음이 브랜드 자산이다. 브랜드를 “관리”한다 함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관리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봐야 하며, 핵심을 바로 찔러야 하고, 새로운 만남을 제시 할 수 있어야 한다.”
2011.3.7. (월)
오갑록
고교 3년간 착용했던, 한양공업고등학교의 브랜드인 모표와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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