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
어릴 적의 어머님 품 속,
그 맛을 잊으며 지낸 지 오랩니다.
나이 든 탓인지,
맛나고 향 좋은 먹거리로 풍성한 때문인지,
요일 별로 바뀌며 이어지는 TV 연속극에 홀려서 인지,
이런 저런 어렵다는 핑계로
하루하루 넘기기가 폭폭 하도록 힘겨워서 인지는 잘 모릅니다.
좋게 생각하면, 이 세상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이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더 할 나위 없이 값진 것을 잊은 채 지내는 것 이겠지요?
멀어져 간 어머니를 잊지 못해
글로 남긴 애틋해 하는 사연을 보노라면
방문 지긋이 밀쳐내며 인기척만으로도
나를 반겨 하실 구십의 어머님과
건강하게 함께하는 것은 복이라고 여기면서도
사소한 말씀에도 모르는 사이 짜증내던 일에 부끄러워 집니다.
어느 사이
가을은 깊었습니다.
단풍이 짙어지고, 찬바람도 일곤 합니다.
지나간 신문기사 한 편이
생각 나서 잘라내어 읽어 봅니다.
기사 내용 중에 등장하는
“노인네 들”이나 좋아할 “매기의 추억”
4인 방의 노래를 퍼서 날려 봅니다.
Jean Redpath, Ann Breen, Foster & Allen, 박인수
행여, 짬 나신다면
들어 보시지 아니 하시렵니까?
4명이 각각의 맛, 색다르군요. ㅎ
조선일보의 해 묵은 기사도 덧붙입니다.
2010.11.3.(수)
오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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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어머니의 노래)
‘매기의 추억‘
"울 엄마보다 잘 부를 수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 보라고요"
누나가 어디서 ‘댄서의 순정’이란 노래를 배워와 어머니께 호된 꾸중을
들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유행가를 부르지
못하게 하셨다. 그런 어머니께서 남몰래 불온한 노래를 흥얼거리시다가
나에게 들킨 적이 있었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였다. 나는 노래를
가르쳐달라고 졸랐으나, 어머니는 끝내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사의 찬미’ 같은 노래를 가르쳐 주겠는가.
유행가는 부르지 못하게 하셨지만, 어머니는 음악을 사랑하셨다. 가장
즐겨 부르시던 노래는 ‘돌아오라 소렌토로’ ‘대니 보이’, 그리고
‘매기의 추억’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사람이
‘울 엄마’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라디오 한 대 없는 시골에서 살았고, 나는 어머니 아닌 다른 사람이 그런
노래를 부르는 걸 본 적이 없었으니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나는 서울로 유학 와서 가족들과 헤어져 지냈다.
그 해 여름방학 때, 서울 학교에서 배운 동요 한 곡을 몇 달 만에 재회한
어머니 앞에서 소리 높여 불렀다. 어머니는 “야, 그 노래 정말
근사하다” 하시며 한 번 더 불러보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가
너무 감격스런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시는 바람에 그만 멋쩍고 쑥스럽고
부끄러워져서 더 부르지를 못했다. 못난 아들 녀석 노래를 한 번 더
듣자고 애원애원 하시던 어머니는 끝내 “숫기 없는 놈!” 하고 토라져
돌아앉고 마셨다. 어리던 그 때 나는 어머니가 왜 그토록 이나 섭섭해
하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바로
이듬해 어머니와 나는 영원히 서로의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되고
말았으니까.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37년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카페를 경영하는
후배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매기의 추억’을 가장 잘 부른 가수는
장 레드파드라고, 카페에서 그녀의 노래를 틀었더니 술 마시던 아저씨 한
분이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고. 그 소리를 들은 내가 그 길로
‘매기의 추억’이 수록된 장 레드파드, 포스터와 알렌, 앤 브린의 CD
석장을 한꺼번에 사들인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들은 진짜로 그
노래를 죽여주게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당연한 것은 내가 그 오랜 세월이 흐른 아직도, 가수들의 그
죽여주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도, ‘매기의 추억’을 세상에서 제일 잘
불렀던 사람은 ‘울 엄마’였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김세영ㆍ만화 스토리작가, 조선일보 200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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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Tube 에서 들어 보기 ; 예, "Maggie, Jean Redpath"로 검색
Jean Redpath Ann Breen Foster & 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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