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
■ 운명과 풀빵의 닮은 점
풀빵은 어떤 틀에 넣어 굽는가에 따라 그 이름이 달리 구분 지워진다. 굽는 빵 틀 모양에 따라 붕어빵, 국화빵, 잉어빵 등으로 이름이 달라지게 된다. 서로 다른 이름이기는 하지만, 맛은 풀빵 그 자체일 것이다.
우리들 인간은 과연 어떠할까?
때로는 주어진 운명을 말하며, 그러한 운명이 따로 있다고 믿고 그것을 미리 읽어보려고 애쓰기도 한다. 닥치는 길흉을 운명의 당연한 결과로 믿거나 체념하기도 한다.
한 생명의 탄생은 우연과 필연의 연장선에서 결정된다. 체세포 감수분열로 압축된 수 억 개의 정자 중에서 똘똘한 한 놈이 어느 한 순간 선택되어 난자와 결합하며 새로운 생명은 시작된다. 정자 머리부위 용해물질이 난벽을 녹여 허물고 들러가는 순간 꼬리부위는 잘려지고 상체 부위만 난자막 입성이 허락된다. 여기 붙어있던 유전물질이 새 생명의 유전특성을 결정한다. 외모와 성격까지도 전달되리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 때 그 생명체의 운명도 전달되거나 새로이 결정 지워 지는 것일까?
운명을 점치는 역술가 대다수는 출생의 시점을 운명예측의 요소로서 참고한다. 이목구비 골격의 요소는 유전성향이 큰 부문이니, 관상가들처럼 이를 토대로 운명을 추정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선조로부터 이어 받는 유전 내용이 운명의 요소가 되지만, 출생 일자며 시각, 이름 등 소위 사주를 토대로 예측하고자 하는 운명의 요소들은 그 생명체에 과연 어떻게 영향을 주는 것인가가 궁금하여 진다.
생명체를 포함한 우주 만물은 운동 하는 가운데에 있다. 별이나 우주는 태양계처럼 초속 수십 수백 Km의 엄청난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고, 지구상의 생명체는 그 가운데에 속해 있다. 물리현상만 본다면, 시간, 거리, 속도의 맞물린 함수 속에서 생명 현상이 한시적, 또는 순간적으로 연계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우리가 예측하고 읽고자 하는 운명의 의미란 과연 무엇일까?
“나”라고 하는 풀빵 원료가 세월과 장소를 달리한 곳에서 태어나고, 성장되었다면 지금의 “나”와는 어찌 다른 풀빵으로 구워 졌을까?
구석기시대, 로마제국시대, 삼국시대, 이조시대를 생각하여 본다. 지금 현대라고 해도, 구미지역의 기독교 신앙지역, 중동의 회교 신앙지역, 인도의 힌두교나 불교 신앙지역이었다고 각각을 생각하여 본다. 부유한 국가나 극빈 국가의 경우도 상상하여 본다.
빵 틀에 따라, 국화, 붕어, 잉어로 날 수 밖에 없었겠지만, 풀빵 특성이 달라지지는 않는 것처럼, “나”라는 개체는 “나” 자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여 본다. 갓 망건 쓴 양반이건, 히잡 쓴 회교도 건, 풀잎으로 앞만 가린 미개인 이건 “나”일 것이다. 종교 차이, 가치관의 차이는 시대나 장소의 차이 때문에 “나”를 포장한 국화, 붕어, 잉어의 빵 틀 정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때, 풀빵 수분의 함수율, 숙성 시간, 굽는 온도나 시간의 변동 따위는 별개의 또 다른 요소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빈부, 건강, 식견, 사회구조 따위의 요소들도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생각을 다르게는 형성할 것이다.
그런데, 각각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지는 것일까? 특정 유전물질이 대를 이어가며 같이 전달되지만, 때와 장소는 달리 되니 서로 다른 운명으로서 구성되는 것일까? 시와 계절이 달라지면, 장소가 달라지면 생명특성이 바뀌고 운명 또한 함께 바뀐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단지 통계학적으로 그러한 사실을 미리 예측하는 예측기술의 한 요소나 명분에 불과한 것일까? 국화빵, 붕어빵, 잉어빵이 외모만 다른 같은 내용의 풀빵이 듯, “나”는 “나”일뿐, 태어난 시나 계절, 이름이 달라진다 하여 운명이 변하거나 바뀌거나 달라진다는 것은 진실과는 전혀 다른 의미일까?
2013. 11. 4.(월)
오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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