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과 의문......眞/. 한 때의 생각

반성

오갑록 2013. 9. 26. 17:19

넉넉한 ......

■  반 성

 

      항상 부지런하고, 열심으로 운동하고, 아껴 써서 저축 잘 한다면, 노후 준비가 잘 되는 줄로 알고 살았다. 아끼며 안 쓰고, 열심으로 일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려고 애썼다. 헤프고 게으르고 잘 나지 못함을 부끄러이 여기면서 고개 숙여가며 살았다. 그것이 미덕이라고 여겼었다.

 

사랑할 줄 몰랐다. 오직 사랑 받는 데만 익숙했고, 사랑 받기 만을 바라왔다. 남의 아픔을 안아 줄지 몰랐다. 나의 아픔만 큰 줄로 알았다. 너의 아픔을 나는 왜 하찮게 여겼던가? 악플에 목숨 건 사람들의 아픔을 가벼이 알고, 한 편으로 흘리며 지내곤 했다.

 

모자람이 없어 배만 부르고, 춥지 않아 따스하다고, 그리고 피 나지 않으니 아픔이 없겠는가?

 

우리는 ……,  나는 금 긋기에 익숙하다. 아기 때, 연필잡고 낙서 칠할 때부터 시작 됐을 터이다. 그어 놓은 금의 이쪽과 저 쪽을 가르는데도 익숙했다. 그 크고 작음을 가늠하고, 좋고 그름을 가르고, 희고 검음을 구별하고, 평탄함과 거침을 나누면서, 이 쪽과 저 쪽, 서로를  평가하여 생각하고 자기 주장을 앞세우는데 익숙했다.

 

나의 눈에 차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가려가며, 좋고 나쁨, 밉고 고움, 선악을 나누려고 했다. 나에게 선택된, 길 들여진, 나의 가치관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도 인정할 줄 몰랐다. 호오(好惡)와 선악(善惡)이 나 홀로 그어 놓았던 선(線)이나 가치관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 지내곤 했다. 그리고 그 선을 따라, 그 위에, 성을 쌓고 더 높이, 더 두텁게만 하려고 애 썼다.

 

나의 적, 나의 아군은 누구인지, 내가 생각하는 선악의 옳고 그름을 반성할 줄 몰랐다. 금 긋기 좋아하고, 아집에 가려 나눔에 인색하며 사랑할 줄 몰랐다. 나는 지금껏 늘 그렇게 살아 왔다. 오직 나만 알고, 이웃도 처자식부모형제까지도 모르는 체, 그렇게 나의 성 안에서 살아 온 것만 같다. 부끄럼 모르고 떳떳한 양 그리 살아왔다.

 

그러한 자세의 잘못된 삶이, 어디 나만이 그러했을까? 배워서 알수록 더하며, 가질수록 더하고, 나이 들수록 더하다. 아는 자, 가진 자, 키 큰 자, 나이 든 자일수록 더하다는 생각을 하여 본다.

 

나는, 왜 금 긋기를 무심코 하곤 하는가?

나는, 왜 쳐진 담을 허물 줄 모르는가?

나는, 왜 나의 욕심, 아집을 내려놓을 줄 모르는가?

내가 생각하던, 옳다고 여기던 모든 것들, 그 가치관은 정말로 잘 쳐진 금이었을까?

 

미워도 말자, 아쉬워도 말자, 모자라고 적다고 부끄러워 하지도 말자. 아끼고, 좋아하고, 부러워하고, 선망하며 사랑하던 것들을 이제부터라도 한 가지씩 내려놓자. 선(線) 지우는 방법도 배워가자. 그 곳의 담을 헐고 낮추는 방법도 배워가자. 나도 금 밖의 세상에 서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마음을 닫지 말고 열도록 애써보자. 항상, 너의 마음과 생각에 대해서도 헤아려 보도록 하자.

 

노모를 모시며, 나의 그릇됨도 반성한다. 다급하고 고집스럽고 의구심 많으시다고 해서 원망하는 마음을 나는 왜 부끄러워 하지 못할까? 금 긋기는 시간과 세월에도 예외가 없다. 나이라는 선을 넘어서도 생각하고, 그 선 넘어 사람들도 헤아려 보자. 안쓰러운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더 나누지 못한데 대해서도 부끄러워한다. 다른 가족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얼마나 잘 헤아려 주었을까? 그들의 노고를 더 치하하고, 더 위로하여 주는데 인색하지는 않았을지도 반성한다.

 

금을 지우고, 성을 낮추고 부숴가며 ……

잔주름도 고운, 좀 더 넓고, 선량하고, 넉넉한 ……

그러한, 노년을 맞을 수 있도록 나도 항상 노력하자.

 

      2013.9.26.(목)

      오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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