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과 의문......眞/. 한 때의 생각

오갑록 2013. 4. 23. 11:11

아름다움 ......

■  길

 

    우리가 경험하는 그 어떤 아름다움도 우리 삶의 길목에서 경험한 것들이다. 물질과 정신, 도덕과 윤리, 모든 아름다움이 그 길 속 삶의 여정에서 경험되는 것들이다.

 

많은 돈을 모았기에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들을 모으고, 보람된 일을 하고, 사회에 유용하고 쓸모 있는 정도로 모았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무작정 오래 살며 장수하는 것만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건강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잘 살 수 있을 때가 장수하여 아름다운 것이다.

 

고고한 지식과 높은 덕망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학문과 덕을 쌓으며 자신의 만족은 물론 그 사회와 더불어 갈 수 있는 것일 때 아름다운 것이다. 명성, 명예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

 

인간이 태어나서 다리에 힘이 들면서 서고 균형을 잡게 되면 우리는 걷게 된다. 처음에는 동서남북 분간 없이 닥치는 대로 뒤뚱거리며 걷게 된다. 무엇엔가 걸려서 잘 넘어지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숙달되면 걸리는 것이 있으면 피하고 원하는 대로 마음이 닿는 대로 걷게 된다.

 

그러나 철이 들면서, 가야 하는 길이 따로 정해져 있음을 알게 된다. 가도 되는 곳과 가서는 안 되는 곳, 그 구분 선을 우리는 ""이라고 말한다. 가야 할 목적지를 정해 놓으면 그 곳에 당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여러 가지의 길 중에서 우리가 어느 한 길을 택하여 목적하는 바를 향하여 걸어가게 되는 것이다.

 

곧바로 가기도 하지만, 돌아서 돌아서 가기도 한다. 때로는 스스로의 의지로 택하기도 하지만, 타의로 그 길을 택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느 때는 그 목적지가 너무도 빤하고 가치 없어 보여 갈 길을 포기하기도 한다. 힘들다거나 고난의 길이라고 예견하며 불안과 공포에 미리 떨기도 한다.

 

길을 택하기에 앞서서, 목적지, 목표란 과연 무엇을 지칭하는지부터 정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여 볼 필요가 있다. 그 목표는 어느 산의 정상일 수도 있고, 성공의 꼭지점일 수도 있다. 주식투자자라면 목표 수익이 될 수도 있다. 중병과 싸우는 자라면 건강회복이 될 수도 있다.

 

정한 목표를 향하여 길을 택하고, 그 길을 열심으로 달리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겠다. 그렇지만 때로는 목적 자체에 의문이나 회의를 갖기도 한다. 내려갈 산을 왜 오르느냐던지, 먹고 마시면 배설할 것을 왜 그리 게걸스레 챙겨 먹어야만 한다느니, 그리도 열심으로 많이 벌어서 무엇에 다 쓸 것이냐는 따위의 의문을 우리는 이따금 경험하게 된다.

 

그렇듯, 목적에 대한 의문이 부여될 때, 목표지점까지 가는 과정의 중요함이 대두된다. 그 과정을 우리는 ""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그렇게도 열심으로 찾아나선 목표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올라선 산의 정상처럼, 언제인가는 반드시 내려가야만 하는 것들이다. 돈도, 부도, 덕이며 명예도, 학문과 정신적 위업도, 그리고 건강과 생명까지도 산의 정상에 오를 때나 진배없음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의 순간 우리에게 가치 있음은 결국 그 목적을 향했던 "길목"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목적을 향하던, 그 과정을 우리는 ""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자기의 밀실로부터 광장으로 나오는 길목은

         저마다 다르다.

         광장에 이르는 골목은 무수히 많다.

         그곳에 이르는 길에서

         거상(巨象)의 자결을 목도 한 사람도 있고

         민들레 씨앗의 행방을 쫓으면서 온 사람도 있다.

         그가 밟아 온 길은 그처럼 갖가지다.

         어느 사람의 노정이 더 훌륭한가라느니 하는 소리는

         아주 당치 않다.

         거상(巨象)의 자결을 다만 덩치 큰 구경거리로 밖에는

         느끼지 못한 바보도 있을 것이며

         봄 들판에 부유 하는 민들레 씨앗 속에 영원을 본 사람도 있다.

                                                                    (최인훈 "광장" 중에서)

 

그 삶의 길목에서 우리는 수 많은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말하는 지도 모른다. 높은 곳에 올랐기에 행복한 것이 아니다. 많이 쌓았기에 행복한 것도 아니다. 결국 내려 놓아야 될 것들을 두고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다만, 그 목표한 길을 향하던 과정에서 보고 듣고 말하며 만지고, 맛보고 마시고 씹어서 삼키고, 땀 흘리며 배설하던 지극히 동물다운 삶의 뭇 과정에서의 아름답던 길목들을 두고 아름답다거나 행복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건강백세 장수하신 노인을 보면서,

상상하기도 어려운 큰 재산가를 올려다 보면서,

세도와 명예, 성공으로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간 유명인사를 바라보면서 ……

 

그들은 삶의 길목에서 과연 그만한 아름다움을 경험하며 그 위치에 다다른 지를 의문해 본다. 오로지 목적 달성만을 위하여 내달음치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보게 된다. 오로지 살기 위해 살고, 벌기 위해 살고, 성공하기 위해 살아 온 결과물은 아니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역설적이긴 하겠지만, 스피노자가 남긴 말도 의미 있음직하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페루 출신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작가인,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Carlos Castaneda)가 남긴 말도 다시 새겨 본다.

 

         어떠한 길도 하나의 길에 불과한 것이며,

         너의 마음이 원치 않는다면 그 길을 버리는 것은

         너에게나 다른 이에게나 무례한 일이 아니다. ......

         모든 길을 가까이, 자세히 보아라.

         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몇 번이고 해 보아라.

         그리고 오직 너 자신에게만 한 가지를 물어보아라.

         이 길이 마음을 담았느냐? 그렇다면 그 길은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길은 소용 없는 길이다.

                          "돈 후앙의 가르침, The Teachings of Don Juan: A Yaqui Way of Knowledge, 1968"

 

2013.4.23.()

오갑록

 

 

□  의롭지 못한 부귀는 내게 있어 뜬구름 같다.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낙역재기중의 :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베개를 하고 살더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는 것이니,

       의롭지 않은 부귀는 내게 있어 뜬구름과 같다. (공자)

 

                                                                                                      (블로그 小窓大明,  일부발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난은 우리의 삶을 불편하고 힘들게 하며, 부귀는 편리하고 윤택하게 한다. 그래서 누구나 가난은 싫어하고 부귀는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부귀가 주는 편리함과 윤택함보다도 더 좋아하는 것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가끔 가난한 예술가들에게서 이런 것을 본다. 상업적인 예술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것을 마다하고 순수예술을 추구한다. 이들은 가난이 주는 고단함 속에서도 평상심(平常心)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꿈꾼다.

 

공자도 이런 예술가들처럼 가난 속에서도 즐길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는 모양이다. 공자는 정의롭지 못한 부귀를 뜬구름 같이 여긴다고 하였으니, 의로운 부귀는 뜬구름이 아닐 것이다.

 

뜬구름인가 아닌가의 기준은 정의이다. 정의는 가난 속에도 있고, 부귀 속에도 있다. 그렇다. 공자는 이것을 즐긴 것이다. 바로 안빈낙도(安貧樂道)이다.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고 도(道)를 즐긴다.

 

예술은 대상이 있어 즐길 것이 있지만, 도(道)는 그런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닌데 무엇을 즐길까? 이는 가난하더라도 항상 옳은 일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산다는 것이다. 부귀를 얻기 위해 남을 속이거나 억울하게 하는 짓은 불안하고 불편해서 차마 할 수 없다.

 

뜬구름을 잡기위해 나의 신조를 버릴 수 없다. 가난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정의를 버릴 수 없다. 의롭지 못한 부귀는 너무 불안하고 불편해서 견딜 수 없다. 차라리 마음 편한 것이 낫다.

 

그렇다고 가난한 공자와 예술가를 무능하다고 욕하지 마라. 본래 가는 길이 다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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