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
■ 계층 별 조건
삶의 과정에서 도리, 도덕, 윤리 라는 명목으로 사고와 행동을 제한하고는 한다. 때로는 규정, 규칙, 법 따위의 이름으로 그 범위를 명확하게 한정하거나, 강제 또는 규제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렇게 주어지는 선에 의하여 계층별로 구분되기도 한다.
바르게 살아 간다고 함은, 내가 처해 있는 지금, 이 시대, 이 곳의 사회계층 내에서 그 구분 선을 벗어나지 아니하며 생활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는 그것을 “조건”이라는 틀에 넣고 삶의 특성들이 어떻게 비교 될 수 있는지 구분 지어 보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던 조건들이 과연 합당한 지, 그릇된 고정관념이나 편견은 아닌지 반성해 보고자 한다.
연령 별, 가족 구성원 별, 사회생활 별로 계층을 나누어서 각기 조건을 생각하여 본다. 각각을 눈 여겨 보다 보면 자기중심적 판단이 앞선다는 것을 곧 알 게 된다. 구성계층 간 한계를 넘나드는 조건의 반전이 계층마다 있음을 알게 되고, “나와 너”라는 구분이 상존하며, “함께 또는 우리”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상대에 대한 양보와 이해 없이는 어떤 조건이던 “나”에게는 벽이고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 어린이의 조건, 청년의 조건, 중년의 조건, 노인의 조건 ......
. 부인의 조건, 남편의 조건, 아버지의 조건, 어머니의 조건, 자식의 조건 ......
. 사원의 조건, 상사의 조건, 부하의 조건, 동료의 조건, 벗의 조건 ......
. 부자의 조건, 지식인의 조건, 신사의 조건, 미인의 조건 ......
. 여성의 조건, 남성의 조건, 국민의 조건, 인간의 조건 ......
여러 가지 계층 중에서 우선,
□ 어린이의 조건을 간단하게 생각해 보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깨끗이 하고, 잘 먹고 뛰놀며 건강한 어린이, 착하고 공손하며, 부지런하고 열심으로 공부하는 어린이 ……
나라에서 발표한 "어린이 헌장"의 내용도 비슷한 틀이다.
(1957년 제35회 어린이날 공표)
. 어린이는 인간으로서 존중하여야 하며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키워야 한다.
. 어린이는 튼튼하게 낳아 가정과 사회에서 참된 애정으로 교육하여야 한다.
. 어린이에게는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 어린이는 공부나 일이 몸과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 어린이는 위험한 때에 맨 먼저 구출하여야 한다.
. 어린이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악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 굶주린 어린이는 먹여야 한다. 병든 어린이는 치료해주어야 하고, ……
. 어린이는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과학을 탐구하며 도의를 존중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 어린이는 좋은 국민으로서 인류의 자유와 평화와 문화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우리들은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그 역할을 다하며 생활하고, 주어진 조건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선(善)함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각 계층마다 무엇인가를 주고 받으며 생활하고 있고, 그렇게 주고 받음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지내왔다. 의무와 권리, 윤리와 도덕 등의 이름으로 그 조건이 주어진다. 선량하다고 여기는 우리들 대다수는 당연한 것으로서 여기며 이에 순응하고 따른다.
□ 오 영감의 일상 사례에서의 비교
오 영감님은 엊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이웃에 사시는 최 영감님께 된통으로 야단을 맞는다. 초저녁 술김에 모처럼 건넨 최 영감님 전화에 오 영감님이 잠자리에 들었다고 하니, 최 영감님 기분이 영 언짢으셨던 모양이다.
영감은 영감다워야 한다. 늙은이가 과하다거나, 모자란다면 조건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돈도, 명예도, 술도, 여자도, 일도, 잡기도 무엇이나 마찬가지다. 어린이 조건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잘 먹고 건강해야 영감다운 것이다. 일 욕심, 돈 욕심, 술 욕심, 여자 욕심이 과하면 추하거나 더럽게 여겨지는 것은 영감의 조건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스로를 늙은이라고 자각하는 데까지는 많은 수련이 필요한 듯하다. 백 살이 코앞에 닥치는 나이에 몸은 여의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욕망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웃을 경험할 수 있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영감의 조건을 벗어난다고 여기지만, 본인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나와 너”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이다. 자신의 욕심은 아직 젊은 나이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 영감과 최 영감은 서로를 추하게 생각할 지 모른다. 일찍 잠자리 든 것을 추하다거나, 돈 벌이 하겠다고 늦게까지 술 마시고 떠돌이 하는 게 추하다는 서로 다른 생각은 “너와 나” 간의 어쩔 수 없는 편견일 수도 있다. 영감의 잣대가 60부터 인지 90부터 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시대와 사회, 지위와 빈부, 개인 차에 따라 선이 달라질 수는 있다. 이 또한, 서로의 이해와 양보, 배려가 요구되는 부분은 아닐까?
□ 계층 별 조건과 서로간의 이해
나이 차에 따른 조건이 갈리는 것처럼, 어느 분야의 계층 간에나 조건은 갈리게 마련이며, “너와 나”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품게 되며, 자기중심적인 편견과 착각 속에 상대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남녀, 노소, 빈부, 부부, 상하 간에는 물론, 심지어 국민간 또는 인간과 동물 간에도 그러한 조건은 상존할 것이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제한하는 규칙, 법이나 도리, 도덕, 윤리 따위의 사회규범에 얽매이기 보다 양보와 배려에서 우러난 서로 간의 이해야 말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욕망의 그늘과 불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바른 길이며, 부정 보다는 긍정으로 이끄는 길일 것이다.
넘어진 풀 한 포기, 짓밟힌 실 지렁이 까지도 배려할 줄 아는 아량은 우리 삶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은 아닐까? 비록, 인간과 미물이라는 아주 다른 조건이기는 하지만, 여유와 풍요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계층 간에 있을 수 있는 갖가지 상상들을 떠 올려 본다. 신사나 미인의 조건들 까지도 말이다.
이해와 배려의 시작은 무엇일까? 서로 상치되는 극에서 벗어난 중용과 조화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흑백(黑白), 명암(明暗), 장단(長短), 음양(陰陽), 미추(美醜), 선부(鮮腐), 허실(虛實), 곡직(曲直), 선악(善惡), 애락(哀樂), 애증(愛憎)의 조화, ……
모든 것을 조금씩 양보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어두워도 밝은 듯, 짧아도 긴 듯, 모자라도 찬 듯, 상해도 신선한 듯, 굽혔어도 곧은 듯, 악해도 선한 듯, 미워도 고운 듯 ……
그렇게, 좋다고, 옳다고, 생각하고 봐주는 것이,
우리의 정념을 바른길로, 긍정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2013.1.14.(월)
오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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