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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順從)

오갑록 2009. 6. 12. 14:06

순종하는 ......

 

  순종(從)


 

□  순종

 

     사람에게 소는 순종하며 묵묵히 일하는 동물로 생각된다. 사람이 먹이를 주며 키워 주는 대신 소는 밭갈이이며 논갈이와 같은 노동력을 제공하여 주었다. 이제는 기계기술 발달로 다양한 영농기계가 그 몫을 담당하기는 하지만, 우유를 제공하고 주인에게 목숨을 바친다. 목숨을 바치면, 고기, , 그리고 가죽까지도 다 바치게 되는 것이다.

 

중국 고대 유가(儒家) 경전 중 오경(五經)의 하나인 “예기(禮記)”의 “의례(儀禮) 상복전(喪服傳)”에 3종지도(三從之道)라는 말이 나온다. , 부인이 지켜야 할 도리로서 친정에서는 부모를, 출가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女子者無專制之義 有三從之道 在家從父 敵人從夫 夫死從子). 그만큼 유가적 사상 아래의 지난 날 우리사회에서는 여자의 행실에 대하여 상당한 순종을 요구하여 왔다.

 

그러나 세상은 많이 변했다. 이즈음에 와서야 “신3종지도(3從之道)”라고 하는 신조어까지도 나왔다. “어려서는 아비의 뜻과 어미의 뜻을 함께 따르며. 시집가면 지아비를 가르쳐서 평등한 가정을 만들며, 지아비가 죽으면 아들에 연연하지 말며 나의 길을 간다.”고 한다.

 

오늘날 현대 사회도 표현과 어감의 차이만 날 뿐, 순종을 요구하는 사회구조는 여전히 곳곳에 존재한다. 오직 명령에 복종하고 전진만 있을 뿐이라는 군대조직이 그 대표적 예가 아닐까? 회사도 다를 바는 없다. 오직 이익극대화를 위한 조직원의 순종만을 요구하는 특성이 있다. 사원을 위하고, 사회복지니 사회봉사를 말 하는 것은 그럴싸하고 예쁜 포장에 쌓인 명분에 지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매출증대나 수익창출이 있어야 그 중 일부를 토막 내어 생색 내는 데 그치는 경우에 무게를 두고 본다. 국가 조직도 다를 바 없다. 설정된 국가의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 국민이 따라 줄 것을 원하는 것이 애국이니 애족이니 하는 명분으로 칠하여 개인의 희생과 순종을 요구하곤 한다.

 

순종을 안하면 반항한다고 말한다. 불복, 항거, 항쟁, 투쟁과 같은 말들은 싸워서 이기자, 힘을 겨뤄 나의 것을 지키자 거나, 한 발 더 나아가 남의 것을 빼앗아 나의 것으로 하자고 할 때 써먹는 말들이다. 빼앗기거나 빼앗지 못해 분하면 원망의 씨가 된다.

 

꼭대기에 오른 자는 자기보다 아래라고 여기는 계층에 대하여 소처럼 순종하기를 기대한다. 순종의 마지막 단계란, 목숨까지 내 주고, 그리고도 부족하여 육골까지도 요구하며, 때로는 정신이나 신념 생각까지도 빼앗으려고 한다. 전쟁터에서 승리한 자는 영토며 재물까지만 취하는데 만족하지 못한다. 아낙이며 노동력을 위한 인력까지도 끌고 간다. 육신만 취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며 사상, 문화까지도 싹쓸이 하기를 고집한다. 멀리 고대사회나 근대사회 국가들의 흥망성쇠 역사가 그래 왔고, 가까이 우리의 근세사에서도 일제 강점기의 일본인 들이 취한 행태가 그러 했다. 국가 간의 관계란 한편으로는 줄다리기나 전쟁 터에서의 적과 아군의 관계이다. 끌리거나 잡히면 승자는 어떠한 형태로던 간에 순종을 요구해 온다. 평화나 공영(共榮)은 허울 좋은 립 서비스 구실에 지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  공갈 협박

 

믿음 없는 나 같은 이가 모처럼 한번씩 산에 오르는 길에 절을 찾노라면 절 입구에서 맞으며 느끼곤 하던 두려운 감정이 있다. 어린 때도 그랬고, 지금도 섬뜻하기는 그 때와 다름 없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가까운 거리에 천왕문이니 금강문이니 하는 곳이 있다. 여기는 사천왕이며 금강역사 들의 모습이 어두침침한 문 안에서 딱 버티고 서 있다. 내 목을 향해 휘두르려고 하는 듯한 장도의 번개치는 형상의 칼 등이 섬짓하다. 두 주먹 불끈 쥐어 나의 머리통을 내려 치려는 듯한 퉁방울 같은 두 눈을 부릅 뜬 무사의 모습이 무섭고, 삼지창 꼰아 들고 금방 달려들 기세로 덤비는 장수의 모습도 보는 이의 두려움을 자아 낸다.

 

사노라면 으름장 놓는 모습들이 이들 말고도 여러 곳에서 익숙해 지곤 한다.

  

으름장 놓는 다는 점에서는, 목의 깃털 곤두세우고 꼬꼬댁을 외치며 공격자세를 취하는 장닭 모습이 연상 된다. 겨우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도, “까불면 죽어하며, 한발을 들고 뒤뚱 거리며 어른을 차는 시늉을 한다. 중등학교 초학년 때, 새학기만 바뀌면 협박 비슷한 충고를 선생님으로부터 듣곤 한다. 열심으로 공부해라는 당부이기는 했지만 신입생에게 무서움을 자아내곤 하시던 분들도 있으셨다. , 예수를 믿으라며 양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휘 저으며 선교활동에 여념이 없는 전철 안에서의 열성 신도, 휘번득 대는 눈초리의 진지한 모습이나, 믿지 아니한 자들은 불구덩이로 빠지는 심판의 그 날이 오리라는 목이 메인 예언도 포교를 위한 그 나름의 으름장일 것이다.   

 

목젖이 불거지도록, 초전박살을 큰소리로 외치면서 사기를 불 태우는 신참 졸병이 있다. 이들을 TV 화면으로 쳐다보는 다른나라 강대국의 국민들이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다가오는 중복날 삼계탕 감으로나 마땅한 아직 벼슬도 나어린 닭장의 중닭이 핏대 올리고 소리치는 정도로 밖에 더 보이겠는가?   

 

북한이 핵 공갈을 친다고 비난 받아 마땅하다. 우리의 입장이다. 적어도 우리 한반도의 처지로서는 슬픈 사회적 현상이다. 동족을 상대로 겨누며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사회현상 자체가 지금 사회의 정상적인 도덕관념으로도 수긍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찌하여 저들은 그처럼 막다른 길을 가야 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 힘 있는 자에게 순종을 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두려워하는 국가조직 또는 기득권력 조직에 속하는 이들이 권력을 놓거나 힘의 공백이 생길 경우 자신들이 끝없이 추락할 지도 모를 위험을 면해 보려고 하는 몸부림은 아닐까? 국민의 생존권, 국민이 떨거나 굶주리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을 쥔 자들의 일관 된 권력유지에만 관심이 더 우선할 지도 모른다.

 

미국은 고위층 관료의 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보호아래 안전을 보장 할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다짐을 수 차례 하였다. 동족의 핵 공갈에 우방이라는 이름의 다른 강대국의 우산 아래서 비를 피해야 된다는 기막힌 현실을 우리가 겪어야 함이 안타깝게도 여겨진다. 공영공생(共榮共生)의 길이 우리의 바램일 수도 있으나, 경쟁과 다툼에서 이기고, 신장된 국력으로 힘의 균형이 우리에게 있을 때만 순종이라는 고삐를 우리의 판단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문화나 기술의 힘, 국방력, 경제력도 깨진 균형 아래서 이끌려 간다면 끝없는 나락(奈落) 아래 아픔만 기다릴 뿐이다. 자신을 좀 더 잘 알고, 상대를 제대로 읽어서 걸 맞는 경쟁을 할 때, 승산을 기대할 수 있다. 모자라는 힘으로 설익은 정책이나 계획을 입안하고, 나이 들고 때 지난 쇠잔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시대의 흐르름에 거스르려고 한다면, 물살 센 계곡에서 상류로 거슬러 오르려는 힘 빠진 물고기처럼 물살을 가르는 철썩거림만 요란 할 뿐, 허연 뱃살을 위로하며 엎어져 하류로 떠 밀리는 형국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  순종과 아량

 

불상사로 얼마 전 타계하신 전직 대통령의 국상과정을 치르며 우리의 정치현실을 되새겨 본다. 때와 시기를 알고 순응하며 따르는 덕도 중요한 미덕의 하나는 아닐까? 권력을 놓을 때, 좀 더 쥐고픈 작은 욕심은 떨치고 법으로 정해진 제도에 순응하며 후임에게 어린 동생을 대하는 자세로 아량을 품을 수 있었다면 어떠하였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 본다. 물러나는 측은 힘에 부친 뼈 있는 속내를 여러 경로를 통하여 드러냈고, 이를 간파한 새로운 권력층은 쓰레기 통에나 내 던지려는 듯 찌그러뜨리고 밟아 누르는 듯한 파국에 다다른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그 권력을 어렵사리 쥐었다가 5년이라는 한정 된 짧은 기간이 지나서 순순하게 놓기란 권력을 쥐어보지 못한 자가 쉽게 표현하지 못할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  법률로 정해진 대로 따르자니 놓기는 하되 마음은 제대로 따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과 함께 새로이 자리한 권력 계층에 대한 야속함이 어우러질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정권을 이양 받은 측이 볼 때는, 쉬이 놓지 않는 듯한 인상을 받으니 전자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물러나는 측에서 순종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그 순종이란 어디 쉬운 일이던가?

 

주고 받는 순간의 호흡이 법이 정한 바 대로 항상 잘 맞아 떨어지기를 기대해 보지만, 국민의 단순한 바램일 뿐이다. 충분한 훈련과 연습을 거친 올림픽 이어달리기, 계주 경기에서도 바톤 터치가 제대로 안되어 경기를 망치는 경우를 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녀 400M 준결승 경기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미국이 탈락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물론 뼈 없는 연체동물, 낙지며 오징어도 좋지만, 갈치나 고등어처럼 적당한 가시를 가진 것 또는 잔가시로 켜켜이 엮인 준치도 나름대로의 먹을 맛이 있다. 순응과 반항 순종과 투쟁도 먹거리의 살과 뼈처럼 서로 적당하게 어울려가며 조화롭게 구성된 사회가 좋은 사회, 아름다운 사회, 가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으련만…… 하는 아쉽다는 생각을 하여 본다. 퇴임 초기, 자신의 힘에 넘는 과하게 빳빳했음이 그 분 스스로의 과오라고 치더라도, 그것을 조금만 더 포용하여 감싸 주고 보호하여, 받아 들이기 어색한 뼈 있는 말과 행동이 엿보이더라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 아량으로 이해를 할 수 있었다면 국상이라는 불상사는 면 할 수도 있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을 품어 본다.

 

뭇 냄새로 진동하는 권력을 앞에 두고서, 권좌에서 물러난 자와 그 것을 새로이 쥔 자,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덕목이 이 수준에서 지나지 못하구나 하는 한숨 섞인 체념으로 생각을 덮어 버린다.

 

    2009. 5.  .

    K L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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