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하고 선량한 ......
■ 배설과 몰락
……
그리하여 어느 날 아침 동틀 무렵에 일어난 그는,
태양을 향해 나가며 이렇게 외쳤다.
그대, 위대한 천체여! 그대에게 그대의 빛을 비춰 줄 상대가 없었더라면
그대의 행복이란 무엇이었겠는가!
……
그러나 우리들은 아침마다 그대를 기다렸고
그대의 넘치는 빛을 흠뻑 취했으니,
그대를 축복했던 것이다.
보라! 이제 나는 지나치게 많은 양의 꿀을 모은 꿀벌처럼
나의 지혜에 싫증이 났다.
이제 나에게는 손을 뻗쳐 나의 지혜를 나누어 줄 대상이 필요하다.
현명한 사람들이 그들의 어리석음을,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의 부(富)를 기뻐할 때까지
나의 지혜를 나누어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저 아래에 내려가야 한다.
마치 그대가 저녁마다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바다 밑 세계를 비춰 주듯이,
그대 넘칠 듯이 풍요로운 천체여!
내가 내려가고자 하는 곳의 인간들이
그렇게 부르듯이 나는 “몰락”해야만 한다,
마치 그대처럼.
그러니 나를 축복해 다오,
넘치는 행복도 질투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조용한 눈길이여!
자, 이 잔을 축복하라.
그대의 환희의 빛을 온 세상에 뿌려 줄
황금 빛 물이 넘쳐흐르려 하는 이 잔을!
보라! 이 잔은 다시 비워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짜라투스트라는 다시 인간이 되고자 한다.
이리하여 짜라투스트라의 몰락은 시작되었다.
……………………………………
짜라투스트라의 서설 중에서 (사순옥 역)
나의 것으로
모으고 소유하는 과정의 보람과,
그 과정의 기쁨 때문에
나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이
모으고 좀 더 키우는데 열중한다.
텃밭을 키우고 가꾸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재화나 유명세를 더하려는 욕망과
학문적인 야심과 정치적 세력화를 더해 보려고
애쓰는 것이 나와 내 주변의 모습이다.
나 스스로의 주관을 키우려 함도
내가 속한 종파나 기관의 세를 불리려 함도
씨 뿌리고 물주며 가꾸어 키워 가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조각난 생각 한 토막과, 마음 한 구석을 담아
싯귀나 소설로 키우며, 사상과 이념의 불씨를 지핌도
울창한 숲을 바라며 야산에 옮겨 꽂은 묘목을 보는 바와 같다.
블로그, 카페, 플래닛
깜냥에는 그 나름대로 주제가 있고 뼈대가 선
인터넷 위에 떠도는 다양한 장르의 글들을 열어 본다.
기술과 기능을 더하고, 마음을 키우며
우주에까지도 다다른다.
교단을 세워 인재를 키우며
교리를 세워 신앙을 넓히고
명분을 세워 세력을 키우며
투자를 하여 재력을 더하고
국력을 키워 영토를 넓힌다.
아문젠은 극지방을 경험하고
나라마다 앞 다투며
킬리만자로나 에베레스트도 올라 본다.
더해진 기술로 달 탐사선도 띄운다.
미국의 “아폴로”나 소련 유럽 여러 나라들이 그래 왔고,
일본의 “가구야”, 중국의 “창어(嫦娥)1호”, 인도의 “찬드라얀 1호”,
아시아에서도 앞서려는 경합이 한창이다.
지구를 몇 바퀴 돌아 정지궤도에 진입하고
달도 몇 바퀴 돌아 물체며 인간을 그 위에 올려 놓는다.
기술을 더하고, 힘을 과시하며, 자존심을 키운다.
나와 그리고 나의 국민을 위한 것이다.
지구도 내 눈 안에 들고,
달도 내 눈 안에 든다.
창공도 우주도 내 눈 안에 든다.
이 세상 모두가 나의 것이다.
내가 소유한 것처럼 느껴진다.
나의 보람이자, 조국의 영광이다.
그렇게 키우고 더하고 넓히면서
나와 가정, 이웃과 나라가 커간다고 여겨 왔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그 안에 있다고 여겨 왔다.
관념과 개념, 이상과 이념의 벽을 한껏 높여 간다.
그리고 더 높게 쌓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내려다 보며 순간의 성취 감과 기쁨을 함께한다.
성 안에 함께한 그들의 사람들만이……
높아진 관념의 장벽은
성 밖에는 누가 있는지
성 밖에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성 밖에는 어찌 지내는지 알 수 없게 했다.
달콤하고 맛난 것
씹어서 즐겁고, 삼켜서 보람 된 것
포식 포만에서 오는 흡족함
그 먹는 즐거움만이 나에게 중한 것처럼 여기기에
더 많이 더 높게 쌓을 것에 열중한다.
아주 간단한 원리 하나를 알려고 하지 아니한다.
배설의 기쁨 또한 그에 못 지 아니함을 잊곤 한다.
알더라도 행동에 옮길 수 없는 것이 꿀벌을 닮았다.
넘치는 기쁨의 눈물과
흘리는 값진 땀의 시원함을 잊으려 한다.
하루 아침 배변의 상큼함을 챙기지 못하며
좋은 사람 좋은 밤 사랑의 기쁨은
나눔으로 더해감을 알지 못한 채 넘어 간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려고 하는가?
우리는 왜 더 키우려고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더 알려고 하는가?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누기 위해서 이고 싶다.
황금 빛 물든 잔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잔이 다시 비워지기를 바라면서……
더러움에 찌든 오물의 배설에 머물 것인가?
배설의 기쁨을 누리고 나누며 나아 갈 것인가?
짜라투스트라의 몰락이 그렇게 시작된 것처럼
세상에 내려가서, 몰락 하기 위해서 가는 것인가?
2007.9.17.
K L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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