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
■ 부끄러워서 ......
혼수상태(昏睡狀態) 또는 코마(coma)는 의학에서 깊은 의식불명 상태를 말한다. 혼수상태에 있는 사람은 깨울 수가 없고 일반적으로 고통이나 빛, 소리 등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노환으로 입원중인 연세 아흔다섯의 어머니는 코마상태가 의심될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 걱정하던 맏딸은 오전 반차 휴가를 내고 병실을 지켜 본다. 그 안타까움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었겠는가?
목사님을 모셔 올 터이니 세례를 받으시라며, 어찌어찌 하여 정신이 좀 드시는 성 싶은 어머님을 대고 졸라보았지만, 노인은 거절했고, 딸이 그 이유를 물으니 “부끄러워서 ……” 라는 대답을 들었다.
어머니는 무엇이 부끄러웠을까?
그 소식을 접한 아들은 매우 궁금했다.
소시 적이라면 못나고, 못 배우고, 가진 바 없어서 부끄러워 하는 것일까? 하는 정도로 넘겨 짚어 볼 수 있었겠지만 …… 또는, 악행을 일삼았던 분이라면, 그늘 지고 어둠 진 마음의 짐 때문일지 모른다고 넘겨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
항상 바르고 옳다고 여기며 사셨던 똑순이 할머니가 윤리며 도덕에 흠 잡힐 이유 없고, 젊을 때 부족했던 그 모든 것들도 이제는 다 내려 놓았을 듯한 말년의 병실 침상에서 부끄러움의 요소는 되지 않을 듯했다.
초라하다고 느껴진 병상에서의 자기 모습 때문이었을까?
버림받은 듯한 자기의 처지를 말하는 것일까?
절대자, 신에 범접할 자기의 작은 모습을 두고서 하셨던 말씀일까?
지나온 자기 삶이 그리 느껴진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괜스레 부끄럼 타는 순진한 아기로 돌아간 탓일까?
“부끄러워서 ……”
아들은 부끄러움을 곰곰 되뇌어 본다.
2016.6.1.(수)
오갑록
(관련 블로그 글); 부끄러움
http://blog.daum.net/tsc99/1832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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