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과 의문......眞/. 한 때의 생각

마음의 창

오갑록 2012. 9. 8. 11:42

참된 ......

■  마음의 창

 

 

     맑은 눈망울 속에, 또 다른 맑은 창을 넘어 보이는 아름다운 많은 것들이 있다. 눈의 수정체라고 하는 창을 넘어 보이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아름다운 돌, 아름다운 보석, 아름다운 들풀, 아름다운 강과 산, 아름다운 여인과 그 얼굴 ……

 

그러나 그들은 아름다운 것이 보이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한 개의 창을 통 할 때만 그러하다. 마치 카메라 렌즈 앞에 목적에 따라서 다양하게 붙여지는 UV필터, Red필터, Blue필터 따위의 필터들처럼 말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음의 창이다. 고운 마음, 좋은 마음, 고요한 마음일 때만 우리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그러한 마음의 눈이 필터로서 덧대어 질 때만 우리는 다양한 아름다운 모습들을 감상 할 수 있는 것이다.

 

맑은 눈, 고운 눈, 수정체의 기능만 좋다고 아름다운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배고프고 허기진 마음, 식욕에 찬 마음에서 보이는 것은 먹거리 뿐일 터이고, 육욕, 성욕에 찬 마음으로 보이는 것은 지극히 한정된 구렁텅이에만 관심이 쏠릴 것이다. 돈벌이, 부(富)를 쫓는 마음으로 보이는 것은 돈 될만한 것들에만 눈이 뜨일 것이며,  성공, 승리, 명예를 향한 욕망에 찬 마음으로 보이는 것은 채울만한 욕심거리 일 뿐이다.

 

경계 좋은 심산유곡을 찾는 구도자들을 볼 수 있다. 새로운 눈의 창을 덧대고픈 목적일 수 있다. 깊은 산속의 사찰이며 승려들을 떠 올려 보자. 마음의 창을 흐리게 하는 갖가지 욕심들을 멀리하고 떨쳐내기 위해서 일 것이다. 주색잡기에 흔들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새로운 마음의 눈, 그들이 쫓으며 찾는 것은 진리라고 하는 득도의 길인 셈이다. 그 길을 볼 수 있는 필터가 과연 그러한 장소, 과정, 방법으로 작동 될 수 있을까?

 

바라 소리, 목탁 소리, 풍경 소리, 바람, 물, 새 소리가 들리는 장소, 고요한 장소, 풍광이 수려한 장소에서만 마음의 문이 진리를 보이게 하는 필터로서 작동한단 의미일까? 성스러움을 자아내게 하는 중세 풍의 우람한 성당, 은은하고 깊은 맛의 파이프 오르간이며, 잘 다듬어진 성가대의 미제레레(Allegri, Miserere mei)와 같은 고운 선율 아래서만 마음의 필터가 잘 작동되는 것일까?

 

 덜덜 대는 버스 안에서, 왁자지껄한 재래시장 통의 한 편에서, 군중집회의 한 구석에서, 마음 죄며 갓 받아 든 중간고사 시험지를 접하면서, 짜릿했던 꿈 속이나, 심지어 오르가즘 순간에서라도 …… 득도의 필터는 작동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번득이며 스쳐 지나가는 형언치 못할 색다른 느낌을 그러한 와중에서 느낀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삶의 의미며 진리가 그 속에서 스쳐 지나치고 있음을 자각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아! 하는 감탄사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오고 스스로의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러했던 순간들을 놓치거나 망각했을 따름일 뿐이다. 의미 없고, 가치 없고, 부질없는 일 이리라고 하찮게 여기며 흘려버렸기 십상이다.

 

진리며, 참된 가치란, 멋지고, 우아한 곳에만 깃 드는 한정된 것만은 아니리라. 유명하고 고아한 분에게만 찾아 드는 것도 아니리라. 못난 사람, 찌든 곳 그리고 오직 인간만이 아닌 온 세상의 생명체며 모든 사물에게까지도 똑 같은 무게로, 똑 같은 질감으로 우리들에게 다가 오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른 것일까?

 

찬송가로 목줄에 핏대 서는 기독교의 신도들이나, 이른 새벽 목탁 치며 염불 외는 승려, 벽면을 앞에 둔 채, 면벽의 상태로 눈 감고 보고자 하는 구도자들이 원하는 것이 그러한 마음의 필터를 원하는 것이리라. 다만 그러한 모습을 타인에게, 대중에게 보이고 과시하려는 또 다른 엉큼한 목적에서, 더러는 그러한 상태를 길게 하고, 정례적으로 하고, 일정한 장소에서 하도록 관행화 하고 있을지는 모른다. 허구성을 의심하는 눈초리에 불과하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아름다움을 찾아서, 우리는 발 품을 사기도 한다. 명소를 찾아 유람을 나서는 경우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려고 우리는 투자하기를 기꺼이 하기도 한다. 보석 귀중품을 챙기는 경우이다. 아름다움을 차지 하려고 우리는 실랑이를 하거나 마음 졸이기도 한다. 향기로운 미녀를 두고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아름답게 보이려고 자신을 치장하기도 한다. 분에 넘는 고가 브랜드의 화장품을 아낌없이 집어 든다거나, 멀쩡한 얼굴에 성형수술까지도 일상화 된 세상이 되었다.          

 

 

마음의 창이 과연 무엇일지 생각하여 보고,

그 새로운 마음의 창을 열어 보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그대로

세상은 아름답고, 참되고, 진실된 것이라 믿어보자.

 

찬송가며 면백의 철야기도 없이도,

진리는 항상 우리 옆에 있으며,

고요하고, 고상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진리는 항상 여기에도 있으리라고 ……

 

삭막하고 텁텁한 동네라고 할지라도,

아름다움은 항상 나의 주변에 있으며,

볼품없이 구르다 우연히 발에 채인 주먹돌 한 개지만,

나름대로 그곳에는 그의 아름다움이 있노라고 ……

 

살살 녹아 드는 비프스테익에 부드러운 와인 한 잔은 아니더라도,

해묵은 지 빨아내어 옅은 된장 국물에 푹푹 끓인

시금털털하고 구리텁텁한 찌개 한 사발과 흰 쌀밥 한 그릇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맛, 아름다움이 깃 들어 있으려니 하자.

 

허름한 노리갯감 하나 치장은 못하며 지내더라도,

얼굴이 손예진 같은 탤런트만 못하더라도,

지금의 나는 충분히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만족하자.

 

다들 힘들고 짧다고 들 푸념하던 인생살이라 할지라도,

나름대로 만족을 느낀다면 행복 되고 길다고 여길 것이며,

세상사람 들이 거짓이라고, 허상이라고, 나쁘다고 비웃어도,

그래야만 할 이유와 우리가 몰랐던 나름의 진실이 따로 있으리라고 믿어주자.

 

마음의 창이 과연 무엇일지 생각하여 보고,

그 새로운 마음의 창을 열어 보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그대로

세상은 아름답고, 참되고, 진실된 것이라 믿어보자.

 

2012.  9.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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