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
■ 로빈슨 크루소 (Robinson Crusoe)
8월 중순 일요일, 비 오는 여름날,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 이라는 어린이 그림도서 한 권을 집어 들었다. 35년 간의 방랑을 마치고 부모가 묻힌 고향 영국으로 돌아간다는 모험담을 담은 어린이도서이다.
모험의 발로는 무엇일까?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는 개인이나 사회적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모한 도전은 모험으로 변질된다. 욕망에 다다르지 못 한 채 엉뚱한 방향으로 삶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욕망의 본질, 외로움의 본질, 그리움의 본질, 자기중심적 사고의 본질, 의식주를 충족하려는 동물적 본능,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 종교, 믿음의 중요성 등 우리 삶의 과정에 수반되는 곳곳을 자극하는 내용들로 줄거리가 연계된다.
그리고 방랑의 35년이라는 기간으로 미루어 가족이라는 공동운명체가 망망 대해에서 난파된 조각배처럼 스러져 버린다는 의미있는 한 줄의 이야기 "부모가 묻혀있는 고향으로 ......"라고 말미를 장식한다. 한 인간의 넘을 수 없이 어찌할 수 없는 제한된 시간의 생명력과, 사회성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구절이다.
인간의 본성을 새삼스레 생각나게 하는 줄거리였기에 줄거리와 그 의미들을 검색하여 요약하여 본다.
2012. 8. 19. (일)
오갑록
(백과사전)
영국의 작가 다니엘 디포의 장편소설(1719).
원제는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 놀라운 모험, 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이다. 평범한 뱃사람인 로빈슨 크루소는 무역선을 타고 기니아로 향하던 도중 서인도에서 좌초되어 홀로 무인도에 표류한다. 우선 배에서 저장품을 실어 나른 다음 혼자 살아 나갈 수 있는 견실한 방법으로 식량과 주거지, 옷감 등을 스스로 마련한다. 식인종의 포로 프라이데이를 구출하여 충직한 하인으로 삼고, 드디어는 영국 반란선의 선장을 구출하여 고국으로 돌아온다.
. Author(s), Daniel Defoe
. Country, England
. Genre(s), Historical Fiction
. Publisher, W. Taylor
. Publication date, 25 April 1719
□ “로빈슨 크루소”에 나타난 서구인의 자기인식에 대한 분석
(보고자료 중에서 부분발췌)
공장제 수공업 단계에서 자본주의의 맹아가 싹트기 시작하고, 혁명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발간된 “로빈슨 크루소”는 발간 당시의(1719년) 사회적 분위기에서 과학적, 종교적, 사회적 기반 등을 자연스럽게 감지할 수 있고, 작품 전반에 걸쳐서 인간의 본성을 읽을 수 있다. 이들을 토대로 서구인의 자기인식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한 사람’을 상정하고 그가 무인도에서 보내온 시간의 발자취를 탐색하는 일종의 ‘사고 실험’을 통해 당시 서구인의 자기인식, 세계인식, 나아가 인간의 본성까지를 꿰뚫을 수 있는 작품이다.
. 과학적 준거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인간은 ‘이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무인도에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는 시대상을 반영하듯 철저히 이성적이고 과학적이다. 잠시 잠깐의 좌절과 절망은 있을지언정, 시종일관 이성에 의해 지배를 받는 합리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자연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자신이 질서화하고 이용해야 할 대상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로빈슨 크루소의 모습은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성의 힘을 강조하는 서구인의 자기인식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무지를 두려워하며 모든 것을 자신의 이성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인 것이다. 이러한 이성에의 확신은 그가 야만인(식인종)을 거의 ‘악마’와 동일하게 취급하며, 몹시 경멸하는 태도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 종교적 준거
로빈슨 크루소에게 있어 하나님과 그에 대한 신앙심은, 철저한 무방비 상태로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표류하게 되어 어떠한 위험에도 맞설 수 없는 그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종의 위안일 뿐이었다.
작가인 다니엘 디포는 로빈슨 크루소를 통해 종교에 대해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다소간의 반발과 탈신비화는 있을지언정, 끝내 기독교적 신성성을 저버리지는 않는다.
. 사회적 준거
로빈슨 크루소는 자신만의 사회를 구축함으로서 홀로 썩 훌륭하게 생활해 낸다. 그러던 중 식인종으로부터 잡혀 먹힐 위기에 처한 한 명의 흑인을 구해주고 그를 조수 겸 하인으로 훈련시킨 이후,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로빈슨 크루소는 조수, 하인, 동료, 친구 등 여러 명칭을 사용하여 프라이데이에 대해 서술하지만 기본적인 인식은 ‘노예’ 였다.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신항로 개척으로 활발히 타 지역을 정복하고 그곳을 자연스럽게 부의 거점으로 삼았던 당시, 제국주의가 태동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또, 난파한 배에서 각종 물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그에게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쓸모도 없는 금화들을 꾸준히 자신의 동굴에 저장해 두는 모습도 주목할 만 하다. 언젠가 이 섬을 떠나게 되면 돈을 가지고 나가서 다시 중산층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자본주의적인 열망인 것이다. 아직 본격 자본주의의 시대는 아니나, 그를 향해 나아가는 분위기가 무르익는 당대의 사회에 대한 인식이다.
. 인간 본성의 준거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 표류하여 이십 여 년을 홀로 생활한다는 설정을 통하여,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명제에 대해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서나마 실험해 보고 있다. 로빈슨 크루소는 섬에 난파된 배에서 각종 물자들을 조달함으로써 부분적으로나마 사회의 혜택을 받지만, 대체로는 홀로 자신의 이성과 과학적 능력을 발휘하여 그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위험에의 두려움을 자신만의 공간 확보를 통해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외로움을 느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님에게 의지한다.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절대자에게 의지하고픈 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또, 그는 “내가 그처럼 많이 보아 온 이 땅과 바다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어디서 나왔을까? 나는 무엇인가? 짐승과 사람이 길들인 짐승 또는 동물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을 제시하기도 한다. 작품에서 이는 끝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대답으로 귀결되지만, 인간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차이에의 불확실한 인정’이다. 이는 식인종에 대한 고민에서 엿볼 수 있다. 야만인을 소탕하려고 마음먹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무슨 권한과 사명감이 있다고 그들을 심판하고 처형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죄는 하느님이 그럴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런 처벌도 주지 않고 몇 세대 동안 내려온 게 아닌가? 그들은 내게 어떤 피해를 입혔는가? 나는 무슨 권리로 그들끼리 하는 무차별한 피의 분쟁에 가담하려는가?” 하는 고민을 하는 것이다. 즉, 나와 다른 타자를 일차적으로는 부정하되, 어떠한 과정을 거쳐 나름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일종의 ‘불확실한 인정’ 인 셈이다.
'◆ 관심과 의문......眞 > . 한 때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창 (0) | 2012.09.08 |
---|---|
상가(喪家)를 다녀와서 (0) | 2012.09.05 |
열정(熱情)의 진가(眞價) (0) | 2012.08.15 |
뜨거운 열정 (0) | 2012.08.05 |
님의 침묵 (0) | 2012.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