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과 의문......眞/. 한 때의 생각

티와 얼룩

오갑록 2007. 6. 21. 22:43

 신뢰 ......

 

■ 티와 얼룩

 
   살다 보면 경험도 늘게 마련인 듯 합니다.

개중에는 좋은 일도 있지만,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도 많습니다. 연로하신 노인네 주름 깊은 곳에 쌓인 사연은 이러한 경험들이 아닐까 합니다.

 

탄생의 순간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를 바라보는 아기 엄마나 아버지 그리고 주위 모든 이들의 시선은 마음 속 원하는 바가 한마음 일 것입니다. 비록 험난한 세상이지만 건강하고 선하게 자라서 행복한 한 생명이 되기를 진실로 기원하는 마음……,

 

종이로 비유 한다면 하얀 백지 한 장, 무심코 넘길 때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이 한 장의 백지 앞을 대하면서 순백의 깨끗함에 부담되어 연필 끝 대기가 서먹서먹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이 백지가 중대한 문건이 되거나 유명한 화판이 되거나 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겠지요.

 

우리가 살다 보면 이러한 종류의 일들은 많이 경험들 하게 되지요.

곱게 단장한 색시를 볼 때 어느 댁 좋은 신부감이 되기 바라는 마음이나, 아직 개발 안된 풍치 좋은 강산을 바라 보며 느끼는 감정 또한 그러할 때가 있답니다.

 

아직 티 묻지 아니한 그 모든 것들……,

선한 새 생명, 하얀 백지 한 장, 고운 색시, 수려한 강과 산과 들……,

새삼스레 생각하노라면, 마음 설레리만큼 그 얼마나 선하고 희고 고우며 아름다운 주체들 입니까?

오늘 하루를 산다는 것,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백지와 같은 곳에 순간순간 작은 티를 묻히고, 묻은 티가 모이고 해묵어 얼룩배기 지도록 하는 것이나 아닐런지요?

 

때로는 선한 일을 하고, 고운 칠도 하고, 수줍음에 순종하기도 하며,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의 손길이 닿더라도, 그 들 대부분은 티와 얼룩으로 번져서 노인네 쌓인 주름 가운데 시름이나, 휴지로 되 버린 백지 마냥 추하고 더럽게 들 변하여 가는 것은 아닐런지요?

 

살아 가는 지혜란 무엇일까요?

라틴어의 “philos 사랑하다” “sophia 숙련.지혜” 에 어원을 두었다고 하는 “Philosophy”,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바꾸어 생각하면, 티로 얼룩진 모습 들을 우리의 인생 여정이라고 보고 나름대로 지혜롭게 구분하여 정리하여 보자는 학문이 철학의 한 부문은 아닐런지요?

 

“바늘도둑 소도둑 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훔치기 버릇되면 점점 더 커진다는 뜻 외에도, 바늘일지언정 남의 것 탐내는 것은 나쁜 짓임을 바탕에 둔 말일 것입니다. 현대그룹 정 회장께서 소시적에 소 훔친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 일을 흠이라 여기지 않고 흘려버립니다. 지금시대에서의 살아가는 지혜로 판단한다면 잡아다가 결단 낼 일은 아니었기에, 한 편에서는 자랑 삼아 이야기 했고 듣는 편에서는 곱게 보아 주었겠지요. 주변을 돌아 보면 그 편차는 심합니다. 몽당연필 욕심 내다가 죽도록 마음 고생하는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백오만원 욕심에 20여년 잘 다니던 직장에서 떨려 난 직장인도 있습니다. 주변여건을 덧칠하지 아니하고 백지 위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 판단했을 경우이겠지요? 때때로 뉴스 속에서는 억대 십억대 공금의 조직적 횡령에도 당당한 면을 보이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자신입장에서 배경을 덧칠한 후 판단할 때 당연한 행동이라고 주장하는 연유에서 이겠지요.

 

물질세계만 그런 형편은 아니겠지요. 사랑이라는 아름다움으로 채색된 면 보다는 미움과 증오라는 티로 얼룩 진 면면이 더 많지는 아니할런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사회나 역사를 돌아 본다면 그러한 경우가 적지는 아니한 것 같습니다.

 

작은 욕심에 빗나간 일을 흠잡아 무너지는 남녀관계가 그렇고 부서지는 가정 들이 그렇지 아니한지요. 영국 같은 기독교 내 종파간 갈등이 그렇고, 이스라엘과 아랍권 같은 기독교와 이슬람간 종교 갈등이 그렇습니다. 남과 북이 이념갈등의 증폭으로 피 흘리며 다툰 6.25전쟁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두 차례의 세계대전도 따지고 보면 그러한 연유에서 나온 역사의 얼룩이었겠지요.

 

역시 지혜롭게 살아 감은 어려운 일 인가 봅니다. 그렇기에 철학자가 따로 있겠지요?

 

올해도 봄이 오니 황사가 날라 왔습니다. 여느 해 보다 더 심한 편이라고는 했지만 말입니다. 또 찌는 듯한 여름이 오겠지요. 장마, 태풍에 이어 눈 오는 겨울은 다시 올 것입니다.

 

1 * 10^-43초라는 한 순간에 티에서 생긴 우주라고 물리학자들이 주장하던데……,

우주탄생 기원150억년의 나이는 앞으로도 늘어 갈 것이고, 우주는 계속 팽창할 것이라고 하던데……

 

         2002.03.25

          t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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