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과 의문......眞/. 한 때의 생각

흔적

오갑록 2007. 6. 21. 22:38

 환하고 아름다운 ......

 

■ 흔적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 200년 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발견된 2천2백년 전에 만들어진 비문 조각,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실마리를 안겨 주어 그 시대의 장엄했던 이집트 역사를 알려 준 비석조각 한 개……

 

흔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인류역사의 흔적.

 

살포시 내린 첫 눈,

그 위를 밟고 가다 되돌아 본 나의 발자국은 실바람 결에도 지워져 버릴 것만 같은 엷은 흔적이었습니다. 날려 버릴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에 조금 더 꼭꼭 다져 밟으려 쿵쿵 내 딛어 보면 발 바람에 오히려 퍼져 버리곤 하던 그 부질없던 어린애 같던 장난 짓도 흔적을 남기고픈 조그만 본능의 산물은 아니었을까요?

 

오늘아침

2001.12.31. 출근길은 여느 때 월요일과는 달리 고속도로가 한적하였어요.

이제는 한겨울 되어 이른 아침 출근시간은 아직 깜깜한 밤이고 서해안 가까이 도착시간이 되어야 어슴푸레하게 날이 밝아 온답니다.

 

고속도로를 막 빠져 나온 서행중인 차 안에서, 동짓달 보름을 막 지나 쟁반만큼 둥근 달, 빛을 잃고 서녘 산 능선에 가까워 진 달을 보면서 오늘이 보내는 한해의 마지막 날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새삼스레 스쳐가는 짧은 잡념에 신호등 갈래 길에서 서해안 갯벌과 광야가 보이는 돌아가는 방향으로 길을 잡아 보았지요. 폐염전 드넓은 간석지 빛 잃은 갈대밭과 점점이 뻗어나간 해 묵은 소금창고 줄들…… 그 풍광 속에서 내가 보내 온 한해의 흔적을 찾아 봅니다.

 

수십만평 회사 땅 사러 다닌다고 아산시를 오가던 일, 공장 부산물 처리와 연관되어 마음걱정 많던 년 초의 쫌팽이 짓거리가 되 살아나고, 갑작스럽게 전자부품사업부로 발령 받아 사업 타당성 검토 한답시고 한달 여를 고개 숙여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느라 목 고개가 고장이 나면서까지 고생하던 초여름 일들, 몇 달간 이었지만 사원 아파트 독신자 숙소 생활의 씁쓸한 경험, 촌놈이 인도네시아며 중국에 가서 현지법인 들러 보던 일, 간만에 승합차를 굴리고,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게 된 일들, 입사 초기에나 하던 후년 예산을 작성하면서 지나온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기회…… 남겨 놓은 흔적은 없지만 그래도 혼자만 곰곰 생각하여 보니 변화가 있었던 한해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아무리 많이 남겨 놓은 들 부질없기는 매 한가지가 아닐까요? 그 거대한 대국의 고대문화도 로제타 스톤을 해석하고 나서야 그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는데……

 

하물며 보통사람이 보낸 한 해야 흔적이라고 할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첫눈 오던 날 밟아 온 길 되돌아보던 발자국과 다를 게 없겠지요? 그런데 지난 한해동안 왜 그다지도 사나운 감정과 격정 속에 지낸 날들이 많았었는지 스스로를 자책하여 봅니다.

 

그러면서 또 한 해를 보냅니다.

 

         2001.12.31. 아침

         tsc

 

 

< 삶이란…… >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그 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이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그리고 오늘은 선물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 한다.

 

          **

          코카콜라 브라이언 다이슨 회장의 연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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