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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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序辭) 중에서 |
삼국지 (나관중 지음, 이문열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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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자욱한 이 땅 일을 한바탕 긴 봄꿈이라 이를 수 있다면, |
그 한바탕 꿈을 꾸미고 보태 이야기함 또한 부질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
사람은 같은 냇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고, |
때의 흐름은 다만 나아갈 뿐 되돌아오지 않는 것을, |
새삼 지나간 날 스러진 삶을 돌이켜 길게 적어 나감도, |
마찬가지로 헛되이 값진 종이를 버려 남의 눈만 어지럽히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
그러하되 꿈속에 있으면서 그게 꿈인 줄 어떻게 알며, |
흐름 속에 함께 흐르며 어떻게 그 흐름을 느끼겠는가. |
꿈이 꿈인 줄 알려면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
흐름이 흐름인 줄 알려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
때로 땅 끝에 미치는 큰 앎과 하늘가에 이르는 높은 깨달음이 있어 |
더러 깨어나고 또 벗어나되, |
그 같은 일이 어찌 여느 우리에게까지도 한결같을 수가 있으랴. |
놀이에 빠져 해가 져야 돌아갈 집을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
티끌과 먼지 속을 어지러이 헤매다가 |
때가 와서야 놀람과 슬픔 속에 |
다시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인 것을. |
…… |
그대는 저 물과 달을 아는가. |
흐르는 물은 이와 같아도 아직 흘러 다해 버린 적이 없으며, |
차고 이지러지는 달 저와 같아도 |
그 참 크기는 줄어 작아짐도 커서 늘어남도 없었다. |
무릇 바뀌고 달라지는 쪽으로 보면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
짧은 사이도 그대로일 수가 없지만, |
그 바뀌고 달라지지 않는 쪽으로 보면 나와 남이 모두 바뀌고 달라짐이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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