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갑록 2020. 12. 24. 18:23

□ 코비드19 잔상 ᆢ

한 해 꼬박 들어 온, 귀에 익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도 이제는 지겨울만 하다. 전 년말 중국 우한에서 발병되기 시작하여, 팬데믹을 맞았던 2020년 한 해도 다 저물어 가는 이 때,

현대 인류가 맞은 이 불청객 미생물 생명체의 존재를 색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고 싶어진다.

우한 폐렴,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귀에 익은 또다른 이름, 코로나 바이러스19로 인한 질병이라는 뜻의 COVID19 ᆢ

현재를 살아가는 상식 있는 지구인이라면 그 이름을 다 알만큼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인체를 상하게 한다는 악명과  두려움으로, 현재의 인류가 맞은 이겨내야  할 또 하나의 작은 생명체 중 하나가 되었다.

현존하는 인류는 다른 생명체와의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지구상 먹이사슬 상위의 동물이다. 생명,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도 습도 기압 햇빛 물, 각종 물리적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주변의 동식물과도 조화를 이루며, 때로는 약육강식 경쟁에서도 이겨내야만 했을 것이다. 체내로 침입한 미생물과도 친화력을 발휘 하던지 아니면 물리칠 수 있는 내력을 가져야만 자기 종의 번식을 지속했을 것이다.

코비드 19가 인류 멸종의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지구 세계는 이 전염병으로 매일 수 십만명씩 발병하여 수 천의  생명을 앗아가는 위용을 뿜고 있다. 지구촌은 어느 국가간 큰 전쟁 못지않은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신종 바이러스 입장에서 본다면 개체 씨 불리기에 어마어마한 성공을 한 셈이다.

작고 약한 개체가 생명력을 유지하고 튀겨 나온 침 방울이나 신체 접촉이라는 단순한 전파 경로를 통해서 지구상 온 동네의 인간을 열 내게 하는 전파력이 경이롭기만 하다. 어느 미생물도 그 생명 유지를 위해서 적자생존 원칙을 따를 것이고 살아 남는 개체만이 존재라는 의미를 갖는다.

"나"라는 개체 속에서 저항력을 기르며 온갖 세균과 대처 하고 있을 각각의 저항 세력들의 의미는 나에게 무엇일까? 순환기 소화기 신경계 ᆢ 나를 구성하는 어느 것 하나 중하지 않은 곳은 없다. 하잖게 여기던 머리카락 한 올에도 하자가 생기면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이 우리 몸이다.

나의 체세포 마다 존재하는 세포 구성 소자인 무수한 미토콘드리아도 별개의 생명력과 유전인자를 갖고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씨 불리기를 한다고 한다.

별도 생명의 객체라 할 수도 있는 미토콘드리아며, 세포의 각기  다른 기능성들, 침투 세균과 겨루는 면역 세포들 ᆢ  원소를 구성하는 물리학의 전자 양자 미립자, 원자와 분자, 그리고 그들로 구성된 세포 ᆢ

내 몸을 이루는 요소들의 실체이다. 신체 각각은 기능 유지를 위해 독특한 경이로움과 특성들로 가득 차 있다. 원만한 개체 유지를 위하여 힘 쓰는 것이 "나"이다. 조선시대 한의학자인 이제마가 말한 것처럼,
인체는 한 개의 소우주인 것이다. 인체 각각은 따질수록 무한으로 의미가 발산된다.

발달된 현대문명은 인간 생명 연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백신 같은, 의료기술이 없었다면 우리 수명은 반 타작에도 못 미칠지 모른다.

오늘 아침, 집어든 알약을 무심코 입에 털어 넣으며, 문명의 힘을 새삼스레 느껴 보았다. 혈압강하제, 콜레스테롤 치료제, 아스피린 따위의 일상적인 약제가 결국 건강 유지를 돕는 문명의 큰 혜택인 셈이다. 

최근 백신 개발 경쟁도 크게는 인간 수명 유지에 보탬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생명체 각각의 입장에서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미생물까지도 생명체로 보는  것은 과도한 발상의 전환이 되겠지만 ..

백신은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는 대신, 인간 생명을 유지시키며 그 체세포 또한 함께 생명이 유지된다는 의미가 있다. 그 동안 무심코 맞았던 갖가지 백신들도 새로운 의미로 내게 다가온다. 발달된 문명 기술을 받아들여 생명을 이끌어 준다.

그리 생각하니, 내가 생활하는 의식주 어느 것 하나에도 문명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옷, 먹거리, 생활공간 모두가 문명의 혜택을 받고 마련되어, 그 도움으로 매일 편하게 생활하는것이다. 알약 한 알에도 축적된 문명이 어려있고, 교통, 통신 같은 모든 생활환경 속에도 전기 전자 물리 화학 등의 과학기술 들이 접목되어 있다.

과학의 도움없이 인간 평균 수명은 지금의 반의 반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내가 살아 온 기간의 상당 부분은 현대문명의 덕을 본 셈이다. 연장된 그 생명의 기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길고 짧음이 갖는 의미는 내게 좋고 나쁨으로서 다가오는 것일까? 아니면 보존 본능을 성실하게 수행했다고 하는 옳고 그름의 덕목으로서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일까?

체내의 작은 와류 속에서 인체라는 소우주는 문명의 힘으로 생명이 연장된다. 존재의 생명기간 연장과는 무관하게, 큰 우주는 팽창을 지속할 것이다. 우주론 자들의 열린 우주, 닫힌 우주, 어느 것이든 나로서는 광활하고 크며 무한한 것이다.

최근의 막막하고 어려운 사회현실도 큰 눈으로 본다면 흐르는 시간의 한 토막에 불과하다. 우리들 각자는 그렇게 자기의 시간을 열심으로 보내고 있을  뿐이다.

2019년, 작년 초 어느날,
뉴스 시간에 마음 상했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트럼프, 아베 미일 정상들의 콧대 높은 외교 자세가 우리를 얕보는듯 하여 굴욕감 마저 들곤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님 병환이 짙어 다른 여념없이 경황없던 시기였으나 병원 에서도 그네들이 뉴스에 나오면 마음 상하곤 했었다.

경제대국의 그 위압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것인가 하고 속으로 반문해 보곤했다. 얼마지 않아 초라한 모습으로 다가온 거대강국의 그 위용은 다름아닌 바이러스 힘  때문인 듯  하다. 급속하게 퍼지는 속도는 트럼프 위신을 실추 시켰고, 팬데믹으로 동경 올림픽 무산은 일본 아베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물론 자본축적이 안 된 약소국이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에 견뎌내기 더 어렵겠지만, 큰 나라의 체면 또한 적지않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약소국 보다 빠른 기일 내에 헤쳐 나온다 하더라도, 큰 생명 손실과 실추된 대국의 신망은 전만 못하지 않겠는가?

발달한 문명 덕분에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될 것이고, 암울한 터덜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 것이다. 많은 인명 손실과 경제적 손실로 없는 자들의 삶은 팍팍해 질 수 밖에 없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생명체로서 삶 자체나, 소우주 건 대 우주건 간에 그 질서는 여전하지 않겠는가? 생명체는 오늘을 잘 살아가고, 내일이 올 것을 믿으면서 평온한 오늘 밤을 마련하는 것이  삶의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한다.

하기야 ᆢ 
나는 코로나 여파로 한 때 한 달 남짓 바깥 출입을 안하고 보냈었다. 집 안에서 운동 한답시고 실내 자전거도 타고, 아령 흔들기도 하곤 했다. 그런데  그 운동이 과하여 병이 되어, 이즈음 쪼구려 보내고 있다.

한 쪽당 1.5kg짜리 아령을 돌리곤 했었는데, 점차 욕심이 늘어나서,  5kg짜리 흔들다가 8kg 짜리를 잠시 조금 흔들었는데 오른편 어깨가 "뚝딱" 하더니만,
"어깨 회전근개 파열" 증상이 의심된다. ᆢㅎ
어깨가 편찮으시니 우글쭈글 쪼그라진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코비드 19 여파가 엉뚱한 곳으로 튀어서, 그리그리 보내게 되는 크리스마스 이브인가ᆢ?

2020. 12. 24. 저녁 시간
오갑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