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갑록 2020. 12. 15. 11:40
□ 물은 물인데 ᆢ

우리네들 인생 살이가
각자 다른 그릇에 물을 담아
들고 이고 지고, 달음질 치는
백미터 달리기 시합과도
흡사하다.

손바닥에 한 웅큼 뜨기도 하고
종지나 컵, 접시며 대접에 담고 ᆢ

시작 전부터 흘리기도 하고,
달리며 엎지르기도 한다.

흘릴세라, 살금살금 조심조심 ᆢ
마음도 조급하게 내 달리고 ᆢ

흘렸다고, 엎었다고 ᆢ
섭해 하고, 분해 하고, 화 내고
때로는 울기까지 하며 ᆢ

그러나 ᆢ
도착점에 도달해서
경쟁자들 하는 것 보고 나서야
자기를 탓하게 된다.

병이나 통을 난 왜 몰랐을꼬?
호리병에 담아 온 자
펫트병을 챙겨 온 자
흘릴 걱정없이 한들대며 온 ᆢ

반칙이니
억울하다거니
나도 더 잘 할 수 있었다거니 ᆢ

지나간 경기에의 아쉬움과
후회야 많겠지만,
지나간 일, 부질없는 생각들이다.

살수차나 물탱크 까지 대서
퍼 온 자가 있어서는 아니더라도 ᆢ

손바닥에 묻혀 퍼 온 물이나,
다른 식의, 더 많은 물들이나 ᆢ

그것이 더 많다 해도
언젠가 마르고 없어질 ᆢ
헛 것임을 모르기 쉽다.

우리의 삶들도 이처럼,
매 순간마다 애 태우며
달렸던 수 많은 삶의 결과물이 그러하다.

과정, 방법, 결과들이 다른만큼
퍼 온 물 또한 제 각각이더라도 ᆢ

많고 적음이란,
달리던 순간 마음 졸이던
과정만 다를뿐,
한 순간 나의 눈에 어린
허상은 아니었던가?

그 각각은 물일뿐,
좋음 옳음 따위의 답은 아닌성 싶다.

흐르고 증발하고, 그렇게 사라진다.
흐르는 시간, 세월이 가면서 ᆢ

2020.12.15.
오갑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