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과 의문......眞/. 한 때의 생각

로맨스(romance, 프랑스어 로망(roman))

오갑록 2019. 11. 7. 21:56

로망스어는 라틴 계열 언어들을 부르는 말인데, 예전에는 프랑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을 별 구별 안하고, 표준 라틴어와 구별하여 싸잡아 로망스어라고 불렀다.

즉, 로마 방언이라는 뜻으로의 이름 정도가 로망스어이고, 이러한 배경에서 프랑스어 가사문학이 유행하던 그 즈음, 당시 프랑스 문학쟝르를 로망스로 분류하게 된다.

현재는 선망, 사랑, 평안 등의 낙원과 같은 관념이 뭉쳐 깃든 '로맨스', '로맨틱' 등의 단어로 통한다.

철학적 의미로는 ᆢ
용광로 속의 끓는 무쇳물 처럼 ᆢ

아직 형태를 갖추지 아니한 유동적 상태를 "로맨스"라고 할 수 있다. 즉, 굳어서 어떤 형태를 이루기 직전의 액체상태 같은 존재이다.

좋다거나 싫고 나쁨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어느 정지 시점에서의 상태일뿐 ᆢ!

로맨스, 로망으로 불리는 유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활동성은 액체와 고체 사이의 계면과도 흡사하다. 

그 계면은 반응성이 좋아 생산적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발전적이고, 성공과 희망이 교차하는 지점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무지 위험 모험 따위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 인간의 가치관으로서 비유 한다면 ᆢ

그 가치관, 호불호가 분명하다면 
이미 로맨틱하지는 못한 것이다.

욕망의 그물망 안에서라면 
무슨 로맨스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재물, 명성, 성공, 재능, 수명 심지어는 건강, 안녕과 영생 마저도 욕망의 늪이 될 수도 ᆢ
그러한 바램 앞에서 진정한 로맨스는 그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 이유는, 
이미 가치관이 굳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좋고 나쁘고, 좋고 싫고, 되고 안되고 ᆢ
선이 분명 할진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겠는가?!

쇳물이 식어서 굳는 것처럼, 나이 들 수록 가치관은 굳어지게 된다. 당연스런 섭리고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쇳물은 용도마다 다르게 응고한다. 종소리도 내고, 바늘도 되고, 기차 바퀴나 레일도 된다. 때로는 심해에 좌초된 선박의 녹슨 스크류도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은 철분 자체인 것이다.

옳고 그른 생각이란 없다. 그냥 생각 자체일 뿐, 옳고 그른 생각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평가된 서로 다른 생각일 뿐이다.

대부분의 정치, 종교, 관념, 사상 따위의 뭇 가치관들이 깊이 파고들다 보면 원점으로 모이게 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굳어진 상태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그 가치관 ᆢ

진정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자가 어찌 불교의 교리를 옳다고 할 것이며, 돈이면 다 된다고 여기는 장사치가 춤바람 난 아낙의 진정한 가치를 어떻게 이해 하겠는가?

목숨이 중하다고는 하지만, 때로는 절개 명예 충절 이라는 명분 앞에 내동댕이 쳤던 조상들도 적지 않았다. 현대인의 가치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것이다. 

굳어진 가치관, 유동적인 가치관 ᆢ
이들은 둘 다 각각의 다른 의미가 있고, 자체가 소중한 것들이다. 시간과 과정, 관점 또는 시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좋고 나쁨, 옳고 그름으로 평가할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여 본다.

로맨스, 로망 ᆢ
물론, 우리 맘 설레이게 하는 단어이다.
좋은 낱말로 떠올려 지지만, 유동적이고 흔들대던 그러한 사상 생각 심정이 잘 굳어져서 형성된, 우리들눈 앞의 뭇 아름다움들도 멋진 것임에 분명하다.

볼품없이 늙고 병든 내 부모, 내 식구, 나 자신 까지도 더없이 소중하고 안타깝고 가엽게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저명한 화가들이 이상스런 자화상을 즐겨 그리던 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소설가가 그리던 로맨틱한 유동성도 아름답지만, 굳을대로 굳은 자신을 담은 어느 화가의 일그러진 자화상도 아름다운 이유라는 생각을 하여 본다.

2019.11.7.
오갑록